가족 잃은 슬픔, 2년 지나도 '여전'…"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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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2주기, 위로·연대 다짐
"재발 않도록 법·제도 정비해야"
▲이태원 참사 현장 모습.(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2주기를 맞았다. 더디게나마 책임자에 대한 법적 처벌과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알고 싶은 것을 듣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다.
28일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에서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바라는 연대와 기도가 이어졌다.
김동우 새소망교회 목사는 "지난 2년 동안 진상규명이나 제대로 된 처벌이 요원했다"며 "하나님은 한 맺힌 가슴을 부여안고 부르짖는 여러분 곁에 계신다. 연약한 이들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어둠과 폭력을 이길 힘을 주신다는 사실을 잊지말길 바란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사진출처=연합뉴스)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故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씨는 "사랑하는 아들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사랑이 많은 청년이었다고 했다. 가족의 화목을 위해 기도하고 조부모의 안부를 살갑게 묻던 아들이었다. 임 씨는 "매일 아들의 음성 메시지를 들으며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쯤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 짙어져만 간다.
딸 이주영 씨를 잃은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2년의 삶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고통보다 훨씬 더 크고 아프게 다가왔다"면서 "10월이 되면 언제라도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 속에 그리움만 더 깊어진다"고 전했다.
신지현 씨는 참사로 잃은 자식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딸을 낳고 기른 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딸과 손잡고 걷던 산책로가 보인다. 딸이 다녔던 유치원과 평소 즐겨찾던 빵집,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을 지나 매일같이 일터로 출근한다.
신 씨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아이를 내 눈으로 봤고, 사망 처리도 했으니까 아이가 세상에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어디엔가 딸이 있을 것 같다"며 그리움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 대구시민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참사 2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은 아직도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참사 관련 책임자에 대한 판결이 약 2년 만에 이뤄졌지만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이 1심 금고형을 받은 것이 전부다.
당시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쯤 "사람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최초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안전관리 책임자들의 처벌은 미미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지난 9월 출범한 독립적 조사기구인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여야합의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된 지 4개월 만에 만들어진 조사기구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관 임명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조사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딘 진상규명으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유족들은 국회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제에서 2차 가해 중단에 대한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차 가해는 감정을 옥죄고 압사시키는 또 다른 범죄"라며 "국회 안에서만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고 국회 밖에서 겪는 고통은 외면한다면, 이런 아픔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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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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