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간병일기 (외 1편) by 정한나 > 묵상/기도 | KCMUSA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간병일기 (외 1편) by 정한나 > 묵상/기도

본문 바로가기

묵상/기도

홈 > 목회 > 묵상/기도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간병일기 (외 1편) by 정한나

페이지 정보

본문

59a89a2000e1e0fd4a9008bcbc1761c6_1729622170_19.jpg
정한나 시인


제28회 에피포도문학상 시詩Poem 수상작품 • 간병일기 (외 1편) by 정한나 시인



간병일기


때는 새벽 1시

2023년 12월 4일,

침상에서 낙상하신 시어머니

왼쪽 엉덩이뼈가 두 동강 나고

모든 일상이 침대에 묶이신 후


호랑이 같던 어머니

밥투정하는 귀여운 아기가 되셨다

고스란히 내 몫이 된 새로운 숙제를 풀며 몸은 지쳐가는데

마음속 등불이 밝아지다니...

매일 구십 노모 기저귀를 갈며

내 속의 배설물 악취가 맡아지고

욕창을 소독하다 내 마음 속 상처에도 연고가 스며든다


다행히 식사를 잘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나는 천국주방 장금이를 자처한다 그러나

기억력을 잃어 가시는 어머니의 기억 저편에서


때론 눈물 둘 곳 없어

홀로 숨어 엉엉 눈물샘이 터지면

한계점에서 새 순이 돋아나게 하신다

몽슬몽슬 만져지는 이 선물

이 신기한 은총



사람꽃


톡, 하고 꺾어진 참혹한 슬픔 속에서

눈물은 진액 되고 고통은 뿌리 되었구나


물 한 방울 뿌려주는 손끝에 달려

사랑 한 바가지 인내 두 바가지


마른 꽃잎 주워 모은 기도 한 땀 눈물 두 땀

명주비단 보자기에 꽃 수 놓은 청실홍실 이야기 속


부서진 가루꽃잎들 하늘찬가 되어

뜨거운 찻잔에 우려낸 용서홍차 웃음 둥굴레차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다

내가 버린 꽃들 나를 버린 꽃들 속에서


나는 드디어

사람꽃이 되고 있었다


작가 소개

정한나(미국) 시인은 서울출생, 제28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시) 수상. 남가주 광염교회 사모, 미주 크리스천대학 교수, 꿈땅 비젼센타 대표(홀사모 사역). 하브루타(유대인 자녀교육) 세미나 강사. 작품으로 <여섯도 안 많아요> <하브루타 네 질문이 뭐니>(경향RP, 공저), 연합시집으로 <나아드의 향유> <아가무> <하프타며 새 노래를> 외 다수가 있다.



9598e0012f480f6e0481d79fb27930f1_1700592122_7185.jpg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