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감사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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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서시
백승철
다시 오지 않을 이런 시절에
소슬소슬한 바람 한 가닥에 밀려
가을 뒤편 나무에 서성이는
한 잎 낙엽에도 감사하는 계절이 되게 하시며
사라지는 것들로 슬퍼하지 마라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인해 소망을 고백하는
기쁨이 되게 하시며
추수한 들녘 더 이상 수확할 수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아픔까지 사랑하는
고백이 기도되게 하소서
없어서 있어야 될 것으로
너무 기뻐하지 말게 하시며
있는 것으로 날마다
감사의 노래가 되게 하소서
보이지 않는 이른 새벽까지
아침, 잎 새에 우는 이슬로
가을에서 겨울눈꽃 될 때까지
눈물로 감사하게 하시며
날마다 동쪽 산머리에 올라
시간의 바람타고 서쪽으로 고개 숙인 하루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을 잊힌
여백위에 한 줄 엽서 띄우는
그리운 사람으로 사랑하게 하시며
바다 끝으로 멀어지는
붉은 노을 하늘에 뿌리 내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좁은 길에서
온 세상 넉넉히 비추는
아름다운 감사가 되게 하소서
[저자 소개]
백승철 목사는 "사모하는교회"의 담임목회자이며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 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www.epipo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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