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어머니 귀를 큰 바위가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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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목사의 어머니 이기연 권사
시詩Poem 어머니 귀를 큰 바위가 막고 있다
There is a big Boulder blocking my mother’s ears
어머니 귀를 큰 바위가 막고 있다
그 틈새로 바람은 구겨지거나 태풍이 되기도 하고
지구 한 바퀴를 단숨에 돌아 허무하게 무너진다
간혹 온갖 새들 날개 퍼덕이며
지절되는 소리에 하늘 붉게 물들고
바다는 산을 더듬어 올라 넘고 뭍과 만나는 곳에서
견딜 수 없이 누더기 옷을 입는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세상에 없는 소리를
어머니는 그 바위로 인해 듣고
귀에 익숙한 아들 목소리까지 몇 번이고 되돌려 확인한다
저에요
누구 누구여
저에요
엄마
한 단어 무게 아래 힘이 실리고
목소리는 순간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 점 점 커지고 있다
아 ~
한 호흡보다 짧은 어머니 노래
내 이름으로 목소리를 확인하고 있다
아니, 이름으로 아들을 기억하는 것이 옳다
어머니는 기억의 저장소에 삭혀두었던
단어를 꺼내 아들을 위해 글자를 조립해가다
아들과 엇갈린 어머니 언어는 내 속으로 들어와
눈물이 강이 되어 마르지 않을 날에 길을 만들고 있다
그 계절의 내리막길 모서리에서 헤어지는 날까지
어머니 귀에 박힌 큰 바위는 부서지지 않을지 모른다
오늘 하루 다 가기 전 한 가닥 빗줄기에 기대
이름도 목소리도 구분 못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어머니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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