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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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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4-10-09 | 조회조회수 : 3,9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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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주 한 주가 분주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지난 한 주만큼 바빴던 적도 없었습니다. 내일부터 열리는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준비를 하는 중에, 목요일과 금요일은 공항 인근의 호텔에서 열린 ‘한인목회강화협의회’ 회의에 꼼짝없이 참석해야 했습니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는 웨슬리 전통과 한국적 영성을 합하여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길러낸다는 사명을 가지고 20여 년 전에 연합감리교회 총회에서 만든 기구입니다. 초창기에는 한인 교회를 개척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역했다면 지금은 성장 가능한 한인 회중을 돕고, 차세대 사역 육성,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력 형성을 위한 사역과 자료 개발, 인종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사역 및 세계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선교 사역을 강화하고, 다른 교단과의 교류를 중점적으로 감당하는 기구입니다.


저는 이 모임에서 지난 몇 년간 회중 개발 분야를 맡아서 섬겼고, 지금은 한인 총회를 대표해서 참석합니다. 이런 회의에 가게 되면 주로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지만, 다양한 목회 현장을 섬기는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교제의 기쁨도 나누는 귀한 시간입니다. 토요일까지 예정된 모임이 금요일 저녁 식사 후에 마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니 한인총회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보내온 소포들이 집안에 가득했습니다. 마치 제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음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한인 총회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한데, 주일 설교도 마무리해야 하고, 주일 성경 공부 교재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토요일 새벽기도회 인도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습니다. 


책상에 앉아 말씀을 묵상하는데,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3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한인총회를 위해, 식사 준비는 물론, 예배 준비, 호텔 숙소 계약, 안내 메일 발송과 등록, 회계 관리, 라이드와 프로그램, 차일드 케어와 음향/영상 장비 설치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한인 총회 임원들과 모임을 주최하는 우리 교회 교우들의 헌신으로 준비가 잘 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등록자로 인해 재정적인 부담은 커졌지만, 여러 교회와 기관에서 최선을 다해 후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시 은혜 앞에’라는 이번 총회의 주제처럼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부어주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예배에서 감사를 고백하는 시편 136편 말씀을 중심으로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감사가 시작되며,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여기지 않을 때 주위의 모든 것이 소중하게 다가온다는 말씀을 전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그동안 잘 되던 컴퓨터가 갑자기 멈추더니 찬송가와 성경 구절을 보여주던 파워포인트도, 유튜브도 먹통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하나님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보여주셨습니다. 다행히 조금 있다가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해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방송이 재개되었지만, 설교 중간부터 나왔습니다. 앞부분이 생략된 어설픈 유튜브 영상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로 남았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내 힘으로 했다고 자랑하는 바로 그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배려였고, 사랑이었고, 무엇보다 아무런 자격 없는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제 그 은혜 앞에 다시 서려고 합니다. 내일부터 열리는 한인 총회를 통해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한인연합감리교회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감사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가 12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절대 당연하지 않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임을 기억하며, 먼저 은혜 입은 교회로서 그 은혜를 풍성하게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인 총회를 위해 이모저모로 돕는 손길들을 통해 참석하시는 분들 모두가 누군가의 사랑과 헌신이 담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당연하지 않은 은혜를 누리고 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의 헌신으로 한인 총회를 섬기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교회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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