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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그리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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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05-15 | 조회조회수 : 1,7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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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십 년쯤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십 년은커녕 십 년이 두 번 지나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제 마음은 더 짙어만 갑니다.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컥할 때도 있습니다. 어머니만이 아니라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고 해 봐야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남성들에게도 갱년기가 온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니면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심리학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생각나고 보고 싶은 이유를 ‘심리적 애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환경에 적응해서 홀로서기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리고 때에 따라서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애도 기간이 유독 긴 나라 사람들이 바로 한국 사람들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져 지내는 ‘심리적 애도’ 기간이 길 뿐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애도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유독 긴 애도 기간을 지내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다 엇비슷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 사람들이 부모님을 애도하는 마음이 큰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그만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시인 이정하가 쓴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시인은 이 시에서 그리움의 이유를 집요하게 찾아내면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립다는 것은/아직도 네가/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그립다는 것은/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볼 수는 없지만/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엔가/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그립다는 것은/그래서/내 안에 있는 너를/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그립다는 것은/그래서/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시인의 표현대로 그리움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기에 생기는 감정입니다. 그리움은 그리워하는 사람을 지금 볼 수 없기에 나타나는 아쉬움입니다. 그리움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삽니다. 이민자로 살기에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지들도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하고, 돌보지도 못하다가 세상을 떠나시면 미안함이 후회로 남을 때가 많습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고, 오월 둘째 주일은 ‘마더스 데이’라고 하면서 세상은 한껏 들떠있는데, 정작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들과 어머니가 없는 이들의 마음은 허전함으로 그득할 뿐입니다. 모두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를 때 정작 어머니가 없는 이들의 마음 한쪽에는 쓸쓸함이 쌓일 뿐입니다. 


    어머니날이 되면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어머니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이 노래의 2절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 주시고/자라선 문 기대에 기다리는 맘/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어머니의 정성은 그지없어라’


    이 노래를 쓴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는 어머니의 사랑을 기다리고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끝이 없는 것은 자식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마음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자식도, 혹은 이 세상을 먼저 떠나신 어머니를 마음으로만 기억하는 자녀도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 가슴 뭉클한 것은 그 누구도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의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 어머니를 보내주시고, 그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복된 어머니 주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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