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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에 배우는 ‘미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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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작성일2023-10-03 | 조회조회수 : 2,7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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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명절의 풍요로움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가을의 한복판에 있어 ‘한가위’라고 불리는 추석은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절, 송편을 만들고 각종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리며 온 가족이 모여 풍요로움을 나누던 민족 최대의 명절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일은 많이 없어졌고,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 행렬도 많이 줄면서 명절 분위기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도리어 고국을 떠나 사는 이민자들이 추석이 되면 고향 생각을 더 하게 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면서 괜스레 마음을 들썩이게 됩니다.


    이민 생활의 햇수가 느는 만큼 고향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법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오래전 한국에서 맞이했던 추석 명절에 대한 추억은 오히려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타향살이의 쓸쓸함을 더합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 생각에 마음은 더욱 애틋해지고,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찾을 수 없는 처지가 오롯한 외로움이 되어 아쉬움을 더합니다.


    추석 명절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은 ‘만남’입니다. 한동안 떨어져 지내던 이들을 만나 정을 나누는 때가 추석 명절입니다. ‘민족대이동’이라고 하면서 수천만 명이 부모님과 친척이 사는 곳으로 향하고,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도 고향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고향을 찾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친지들을 쉽게 만나지 못하지만, 이민 생활을 함께해 나가는 소중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서 그 복된 만남을 감사해야 하는 때입니다. 


    추석 명절을 맞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는 ‘감사’입니다. 추석은 풍요로운 결실에 감사하는 계절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추석’을 영어로 설명할 때 ‘Korean Thanksgiving Day, 한국의 추수감사절’이라고 하면 단박에 알아듣습니다.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추수감사절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입니다. 


    한국의 추석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에 날짜가 매해 바뀌는 것처럼 미국의 추수감사절도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이 아니라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기에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바뀝니다. 더구나 추수감사절은 추석과 마찬가지로 며칠간의 연휴가 되기에 가족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짧은 휴가를 즐기기도 합니다. 


    가을의 입구에서 맞이하는 추석과 겨울의 문턱에서 맞는 추수감사절은 모두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고, 한 해 동안 맺은 결실에 감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하는 시기입니다. 


    11월 말에 있는 추수감사절은 한 해 동안 애써 수확한 결실을 통해 감사하는 계절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명절인 추석은 보통 9월 중순이나 말에 있고, 늦어도 10월 초에 찾아옵니다. 그때쯤이면 아직 제대로 된 가을걷이를 하기 전입니다. 벼농사도 본격적인 추수는 10월이나 돼야 시작되고, 겨울을 나기 위한 배추나 무도 11월이 수확 철입니다. 그러기에 추석은 아직 거두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해 농사의 큰 고비를 넘기고 앞으로 거두게 될 수확을 바라보면서 미리 감사하는 때입니다. 


    추수감사절이 이미 베풀어 주신 은혜에 대해 감사로 응답하는 절기라면 추석은 아직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베푸실 은혜에 대한 믿음의 고백을 담아 미리 감사하는 명절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리 감사하든지 아니면 지나고 감사하든지, 그때가 추석이 되었든지 혹은 추수감사절이 되었든지 우리가 거두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대상이 하나님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추석날 저녁, 어김없이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감사를 떠올렸습니다. 꽉 찬 달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벅찬 감사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받은 것으로도 감사했지만, 앞으로 주실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더 큰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감사할 것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은 받았기에 감사하고, 아직 안 주신 것은 앞으로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라고 하면서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라고 했습니다. 


    올 추석에 배운 ‘미리 감사’를 실천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삶 속에는 은혜와 감사가 풍성히 넘치게 될 것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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